
Liebe, samdong 삼동의 삶
삶을 가꾸는 정원,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독일에는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특별한 녹색 공간이 있습니다.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 우리말로는 ‘소규모 정원’ 혹은 ‘주말 정원’이라고 불리는 곳이죠. 처음에는 도시 근로자들이 여가를 보내기 위한 실용적인 텃밭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독일인들의 생활 철학이 반영된 자연 속 쉼터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독일 전역에는 무려 120만~150만개에 이르는 클라인가르텐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주말 농장’과도 비슷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죠. 한국의 주말 농장이 주로 교외에 위치하는 반면,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은 도심 곳곳에 분포해 있어 도시민의 삶 가까이에서 자연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 공간은 정원 소유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이들에게도 열려 있는 공유의 정원입니다. 일부러 울타리를 낮게 설치해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고 서로의 자연을 함께 누리는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렇기에 클라인가르텐은 개인적인 공간인 동시에 공동체와 자연을 배려하는 공간이라는 독일 정원 철학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곳입니다.

남해에도 클라인가르텐의 정원 철학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독일마을과 나란히 자리한 원예예술촌. 이곳은 원예가들이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가꾼 마을로 계절마다 다채롭게 변하는 정원들이 여행객들에게 사색과 휴식을 선물합니다.

원예예술촌을 걷다보면 문득 ‘이 정원은 누가, 어떤 마음으로 가꿨을까?’ 하는생각이 떠오르죠.

이곳의 진짜 매력은 화려한 조경이 아니라 소중히 가꾼 정원을 타인과 나누는 원예가들의 마음,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