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ebe, samdong 삼동의 삶
매일 같은 시간 산책을 한 독일의 철학자

매일 오후 3시 30분, 독일 쾨니히스베르크의 거리에 익숙한 인물이 나타납니다. 날이 좋아도, 비가 와도,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걷는 사람. 그는 바로 독일의 대표적인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 동네 사람들이 산책하는 칸트를 보며 시간을 맞췄다고 해서 ‘쾨니히스베르크의 시계’ 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일화도 있죠.

실제로 칸트가 산책을 거른 날은 단 두 번 뿐이었다고 전해집니다. 한 번은 루소의 책 [에밀]의 초판을 구하기 위해서였고 또 다른 한 번은 프랑스 혁명 소식을 담은 신문을 구하러 갔을 때였다고 하니 그에게 산책은 그만큼 절대적인 루틴이었던 셈입니다.

칸트는 늘 정해진 경로와 걸음으로 산책했다고 합니다. 지나는 골목, 걷는 속도, 멈춰서는 자리까지 비슷했고 해가 뜨거운 날엔 천천히 걷다가 그늘에서 쉬어가기도 했죠. 특이한 점은 늘 혼자 걸었다는 점인데요. 입을 닫고 코로만 숨 쉬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철학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칸트에게 산책이란 어떤 의미었을까요? 아마도 혼자만의 고요 속에서 오로지 생각에 집중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런 칸트의 산책에 대한 철학은 우리가 어떻게 매일을 보내야 할지에 대한 작은 영감을 줍니다. 반드시 멀리가지 않아도, 익숙한 길도 사유의 공간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남해 삼동면에도 매일 걸어도 지겹지 않은 길들이 있습니다. 울창한 나무의 그늘, 계곡의 시원함, 숲이 주는 편안함이 좋다면 국립남해편백자연휴양림의 편백숲길을 걸어보세요.

남해 원예예술촌의 정원 산책길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듯 풍경이 바뀌어 같은 길도 매번 새롭게 느껴집니다.

삼동면의 마을들을 통과하는 남파랑길 39코스는 남해 마을의 일상과 자연을 함께 품고 있는 길입니다. 조용한 풍경을 따라 걸으며 로컬의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죠.
규칙적이고 질서있는 삶의 규칙에서 내면의 균형을 찾았던 칸트처럼 걸어보는 건 어떤가요? 그렇게 걷다보면 남해 어느 한적한 길목에서 당신만의 ‘철학자의 길’이 만들어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