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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에서 익어가는 남해의 깊은 맛



남해의 미식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요? 갓 잡아올린 싱싱한 해산물? 바다 내음 가득한 밥상? 그 뿌리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남해 마을마다 익어가는 멸치액젓이라는 답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남해 바닷마을을 여행하다 보면 아주 큰 항아리들이 늘어서있는 신기한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닷가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이 독특한 장면은 마을 공동 기업 문화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직접 멸치를 절여 액젓을 담갔습니다. 매년 봄, 멸치가 제철인 4월에서 6월 사이 잡아들인 싱싱한 남해 멸치를 간수를 뺀 좋은 소금과 함께 정성껏 항아리에 담아, 1년 반에서 길게는 3년까지 숙성시키며 깊은 맛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더 나은 위생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뜻을 모아 공동 액젓 공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특수 제작된 1,000리터 이상의 대형 항아리들은 여럿이 함께 액젓을 담그기 위해 마련된 그릇입니다. 이 항아리 안에서 남해의 바람과 햇살, 계절의 변화가 오롯이 스며들며 고유의 깊은 풍미가 만들어집니다. 공동으로 관리하고 함께 나누는 이 방식은 식재료 생산을 넘어, 이웃과 삶을 나누고 전통을 지키는 하나의 문화이자 정신입니다.




지금도 익어가는 남해의 멸치 액젓에는 바다의 시간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지혜와 손길, 그리고 기다림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