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ben, samdong 삼동의 삶
마을을 지키는 시간의 뿌리
남해는 흔히 바다로 기억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오래된 나무들이 마을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마을 어귀나 한가운데 우뚝 서서, 사람들의 삶과 계절을 함께 견뎌온 신성한 나무. 예부터 사람들은 그 나무 아래 모여 안녕을 빌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마음을 모았습니다.
남해 삼동면의 물건 마을, 바닷가에 들어선 숲이 있습니다. 바닷바람과 해일을 막고 바다 생물을 부르고 농작물과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이 조성한 방풍림입니다. 숲 한가운데 든든히 서 있는 팽나무는, 수백 년 동안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받아낸 당산나무입니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이 숲은 단순한 방풍림을 넘어, 마을의 기억과 정신이 담긴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입니다.
독일마을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여유로운 분위기의 내동천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넉넉한 기둥을 자랑하며 반겨주는 나무 한그루.
위엄보다는 너그러움, 신성함보다는 친근함을 닮은 이 나무는 마치 마을의 오래된 어른 같습니다. 한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고, 햇살 좋은 날이면 나무 아래 자리를 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 그려집니다.

봉화마을로 향하는 길목, 입구에 당당히 서 있는 한 그루의 느티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마치 마을의 문지기처럼 마을을 지키는 듯한 나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봉화마을 그 중심에 자리한 이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쉼터이자 정서의 중심입니다. 나무 아래 넓은 벤치는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기 딱 좋은 자리죠.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이 나무는 마을의 숨결을 오롯이 품은 존재입니다.